여행/미국 대륙 횡단

제16일 ~ 제17일 : Hodgdon Meadow 캠핑장,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길

이은수_강문경 2019. 8. 29. 18:57

 

1. Hodgdon Meadow 캠핑장(2017.6.11)

 

   레이크 타호 KOA 캠핑에서 1박을 한 우리는 6월 11일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텐트와 짐들을 다 정리하여 차에 싣고 시동을 걸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전날 시동을 끈 상태로 차에서 조금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했는데 그게 무리가 온 모양이었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사정얘기를 했더니 점프선만 주고 자기들은 교회 가야한다고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참으로 야속했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우리 옆에서 캠핑을 했던 남자가 와서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어제 우리에게 텐트설치때문에 망치를 잠깐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었던 남자였다. 내가 얘기를 하니 자기 친구차가 있으니 점프를 해주겠다고 했다. 비록 하찮더라도 남에게 도움을 주면 손해될 게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만약 거기서 배터리 문제로 시간을 끌었다면 어찌되었을 지 생각해보니 지금도 아찔하다. 캠핑여행 중 가장 절박한 순간이었다. 망치를 빌려갔던 남자의 도움으로 우리는 간단히 점프를 마치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해 남하했다. 물론 그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중간에 월마트에 들려 배터리 교환도 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3개의 예약 캠핑장이 있는데 2달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지만 끝내 예약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인기가 높은 곳임을 예약 시도를 하면서 실감한 국립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 캠핑장 중 예약을 하지 못한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할 수 없이 국립공원에서 약 40km 정도 외곽에 위치한 Hodgdon Meadow 캠핑장에 2박을 예약했다. 그랜드 캐년 캠핑장과 브라이스 캐년 캠핑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옆 텐트와의 간격이 넓었고 주변에 높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우리가 상상해왔던 그런 캠핑장이었다. 캠핑장에서는 장작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곳은 주변에 장작이 널려 있고 또 그 장작들을 모아서 불을 피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닥불은 꼭피우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닥불을 피우면 주변 공기가 훈훈해져서 날파리나 모기들이 사라진다. 아이들도 불 피우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아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또 캠핑장에서 가장 손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한번도 비를 구경한적이 없었는데 여기는 비가 약간 내리고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랴부랴 텐트 주변에 고랑을 만들고 흙으로 텐트 아래부분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정리하였다. 물론 헛수고였다. 비는 잠깐 오다가 멈추었고 대신 철수할 때 흙으로 더렵혀진 텐트를 물로 정리하느라 힘만 들었다. 그후로 우리는 남은 40여일의 캠핑생활이 끝날때까지 텐트 주변에 고랑을 파는일은 하지 않았다. 비가 오더라도 잠깐 오고 그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2.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길(2017.6.12)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형 주차장들이 여러 군데 있지만 늦게 도착하면 주차에 힘이 든다는 글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일찍 서둘렀다. 한 20분 정도 가다보니 갑자기 다른 세상에 온 듯 했다. 새벽에 눈이 내린 것이다. 캠핑장과 20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인데 이 곳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로 변해 있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주차장도 급했지만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놓칠 수는 없었다. 도로옆 주차장에 잠시 주차하고 눈 덥힌 숲으로 걸어 들어 갔다. 만나는 사람마다 원더풀, 뷰티풀, 어메이징을 외쳤기 때문에 우리도 쉽게 그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키가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속 곳곳 나무마다 눈으로 쌓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사이를 걷고 있는 우리들은 정말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정말로 떠나기 싫었다.

 

 

 

   눈 덥힌 숲길을 조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넓은 초원이 보였다. 바로 전에 보았던 눈은 구경할 수도 없었다. 좌우로 넓은 초원을 구경하고 중간중간 터널도 지나다 보니 어느새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사전에 계획했던 주차구역으로 갔는데 주차공간은 충분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