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플로리다 일주

2017.4.4 키웨스트 일몰

이은수_강문경 2018. 1. 18. 15:51

키웨스트 일몰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을 먹기까지 난 매우 초조했다. 왜냐하면 키웨스트로 가서 일몰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안나오고 아내는 힘들다고 뭐러 가냐고 얘기하고...


키웨스트 일몰을 보는 곳을 검색해보면 멀로리 광장(Mallory Square)이 많이 나온다. 그쪽에 크루즈 여객선들이 정박하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 그 뒤로 보이는 멋진 크루즈 여객선,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일몰이 하나의 풍경으로 겹쳐져 보이는 데 어찌 멋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주차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돈이야 내면 되는데 주차할 곳이 매우 협소하므로 일찍가서 주차를 하여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전에 다른 곳을 물색했다. 바로 Fort Zachary Taylor 주립공원이다. 숙소에서 키웨스트까지는 넉넉잡아 40여분, 2017년 4월 4일 일몰 예정시간은 오후 7시 44분, 출발하려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정도였다. 빠듯했다. 속도를 내야 하지만 그럴수는 없다. 도로 곳곳에 경찰이 숨어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순간 비싼 수업료를 물어야 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평생 키웨스트는 다시 못 올곳이라고 얘기도 하고 협박도 해서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주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공원이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감했지만 우리는 일몰을 보러 갈거라고 하자 순순히 차량을 입장시켜 주었다. 아마 5달러를 낸거 같았다. 미국에서 느낀 것인데 영어가 짧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인들 말만 듣고 미리 포기해선 안된다. 안되는 영어지만 계속 우리의 요구를 얘기하고 상황을 설명하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출입 관리인 얘기는 공원안에 성곽과 요새가 있는데 그곳 입장이 끝났다는 얘기였다. 그것을 공원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린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포기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일몰을 보러 왔다고 뚝 던지듯 얘기했는데 '오케이'라는 대답은 무슨 상황인가?



어찌됐건 부랴부랴 공원에 입장해서 사전에 주차를 하려 했던 장소로 차를 몰았다. 장소 위치는 구글지도에서 좌표를 독취하면 된다. 일몰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위에 돗단배들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붉은 노을이 펼쳐져 있는 그 풍경은 처음보는 것이었다. 아내와 큰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였다. 둘째 아이는 화장실 가고 싶다고 동동거렸다. 주차하자 마자 힘들고 뭐하려 가냐고 했던 아내는 '이건 내 분위기다'하며 큰 아이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둘째 아이와 화장실을 가야 했다. 일몰은 벌써 지는 분위기 였다. 10분내에 끝날 것 같았다. 화장실은 없었고 결국 급한 나머지 그냥 아무도 안보는 숲으로 둘째 아이를 안내했다. 잠시 후 우리는 뛰었다. 그러나 일몰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선명했던 해가 흐려졌지만 그래도 키웨스트의 일몰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멋있었다. 그렇게 키웨스트 일몰은 끝나갔다.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힘든데 거기까지 뭐하러 가', 1 시간 후 '이건 내 분위기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여기에도 적용되는 걸까? 그래도 우리 가족이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먼데까지 가서 날씨 때문에 일몰을 못 보고 왔다면 분명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그봐 여기 뭐하러 왔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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