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수도원
일인당 거금 17만원을 들여 몽생미셸 수도원 투어를 신청하였다. 아침 6시 20분에 개선문 광장에서 출발해서 에타르타, 옹플뢰르, 몽생미셸 수도원을 거쳐 다음날 새벽 2시경에 숙소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우리는 아침 6시 정도 개선문 광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3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가이드투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에타르타는 노르망디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이 무척 세게 불었다. 구글 지도를 보면 절벽위에서 보는 풍경도 굉장히 멋있게 보이는데 바람 때문에 올라가볼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오기 전에 미국에서 사전조사를 해보니 모리스 르블랑이 쓴 기암성의 배경이기도 한 곳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읽은 두꺼운 책이 기암성이었고 그때 재미를 붙여 문학전집 전권을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그 때 이야기를 하며 미국에서 기암성 책을 주문하여 읽기를 강요했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결국 나만 다시 읽었는데 어릴 때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세월이 변하고 나도 그에 따라 변한 탓으로 돌리고 싶다. 여하튼 실제 장소에 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오르세 미술관에 에타르타에 관한 그림이 2점 전시되어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오르세 미술관을 샅샅이 뒤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림에는 촛대바위가 그려져 있지 않으나 실제 에타르타에는 촛대바위가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나는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감회를 잠시나마 느꼈었다. 마을 중간에 아르센 뤼팡과 르블랑이 살았던 곳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춥고 비도 간간이 와서 그런가 옹플뢰르에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계속 가던 중 드디어 몽생미셸 수도원의 모습이 보였다. 멋있었다. 그저 그렇게 표현할 뿐이다.
수도원 내부를 돌아보며 확실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느끼는 바가 남달랐다. 수도원은 섬에 지어졌는데 조수 간만의 차가 상당히 심하여서 그 옛날 중세시대에는 일정 시간에만 수도원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성직자들이 이곳으로 도보 순례를 하였는데 썰물 시간에 걸어서 이곳에 도달하고자 하였으나 일부 성직자들은 도달하지 못하고 밀물에 휩쓸려 사망하였다고 한다. 무사히 도착한 성직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남달랐을 것이라 말하는 가이드의 설명이 실감나게 들려왔다. 암흑기였던 중세 시대 죽음을 무릅쓰고 무사히 바다를 건너 수도원 계단에 이르렀을 때의 그 환희는 아마도 신이 자신을 돌보아 주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라 성직자들은 생각할 것이고 그 기쁨이 극에 달해 수도원 정상에 이르는 곳까지 뻗어 있는 계단을 무릎 꿇고 올라갔다는 설명에 극히 공감이 갔다.
개선문 광장에 새벽 1시쯤 도착했고 일정 인원별로 대기해 있던 차량에 나누어 타고 숙소까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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